자작 나무/시(詩)
반성
초령목
2012. 9. 29. 04:14
반성
초령목
양팔을 든다
내 양팔이 저 하늘의
어두운 먹구름을 쫓아낼 수 있다면
높게 더 높게 하늘에게
나는 양팔을 들겠다
무릎을 꿇는다
내 무릎이 이 땅의
성가신 잡초를 뭉갤 수 있다면
세게 더 세게 땅에게
나는 무릎을 꿇겠다
고개를 숙인다
내 목을 구부려 너의
매서운 눈빛을 피할 수 있다면
꾸벅 꾸우벅 밑으로
나는 고개를 숙이겠다
양눈을 감는다
내 양눈이 나의
초라한 그림자를 가릴 수 있다면
찡긋 찌잉긋 어둠을 향하여
나는 눈을 감겠다
입을 닫는다
귀를 연다
내 입이 무거운 목소리를 씹지 않도록
내 귀가 살벌한 목소리를 담도록
꾸욱 내 입을 닫는다
활짝 내 귀를 연다
양팔을 들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양눈을 감고
입을 닫고
양귀를 열면
내 모든 죄가 사라질 수 있을까?
너는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