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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4 임진왜란 3대대첩 中 진주대첩, 충무공 김시민
- 2011.11.19 목성의노래 8
- 2011.09.15 한글의 위대함
- 2010.10.06 글씨 크기변경
- 2010.10.06 특정 카테고리 펼치고 닫기, 내 맘대로
이 전투도 임진왜란에서 열세였던 조선군이 농성전으로 일본군을 격퇴한 혈투 중 하나지.
<진주 대첩>
임진왜란 3대 대첩이라고 불리는 혈투. (나머지 둘은 한산도 대첩, 행주 대첩)
1592년 음력 10월 4일 ~ 10일.
조선군 - 수장 : 김시민
진주성 수비군 + 의병 연합군 3800명
vs
일본군 - 수장 : 우키타 히데이에
진주성 공격군 30000명
[전투 배경]
우선 1592년 6월 이후, 이순신 장군의 해로 차단과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들의 활약으로 조선군은 철저한 수비전에 돌입.
일본군은 이에 북진의 기세가 꺾이고 경상도를 털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
그러다가 결국 육로로 서진하여 전라도 쪽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진주성>에 가로막혀 진격을 멈출 수 밖에 없었지.
당시 일본군은 진주성에 경상도에서 퇴각한 병력 대부분이 모여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공격하기로 결정하지.
그러나 진주성을 둘러싼 남강을 건너 공격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사천성을 공격하여 공격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지만
김시민 장군이 1천명의 병사로 사천성을 기습, 격파하여 왜적 2천을 죽였고
그대로 나아가 고성, 진해를 탈환함으로써, 진주성 외곽의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하는 공을 세우지.
이 전공으로 조정은 김시민 장군을 진주성의 <목사>로 임명하여, 사실상 진주 일대의 군권을 모두 위임하게 돼.
이것 때문에 빡친 일본군은 결국 3만의 대군을 싹싹 긁어모아 진주성을 공격하기로 결정하지.
진주성에 있던 경상군 주력을 박살내면, 주변의 소규모로 항전하던 의병과 산개 부대들이 모두 겁을 먹고
퇴각할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왜군들의 생각과는 달리 진주성에 있던 군대는 경상도 주력군이 아니라
전라도 지역에서 생존한 잔존 병력, 그리고 약간의 의병 부대 뿐이었지.
그 조차도 도합 병력이 4천이 되지 않는 3800명이었어.
게다가 결정적으로 진주성에 본래 있어야 했던 전라도 방면 군대와 진주성 목사 <이경>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지리산으로 도주해 버렸지.
조정에서 이경에게 돌아가 성을 지키라고 했지만 이경과 그 부하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조정은 고성, 진해에서 공을 세운 김시민을 임시 방편으로 목사로 임명,
병력 한명 지원없이 진주성을 수호하라고 명령을 내렸던 거야.
김시민 장군은 목사로 임명되자마자 주변의 군세를 회복하고,
화약 무기를 비축하거나 갓 병사로 징집된 농민병을 훈련시키는데 주력했어. 그리고
전라 의병장 최경희
경상 의병장 곽재우
위와 같은 의병들을 모아 전투를 대비했지.
그리고 성을 버리고 도주하거나 와해되기 직전의 군민들을 설득해
간신히 수성 준비를 마쳤어.
그리고 1592년 음력 10월 4일...
우키타 히데이에가 지휘하는 3만의 병력이 진주성 앞에 당도했지.
<10월 4일 ~ 10월 5일>
뒤늦게 진주성에 경상 우병사 유숭인의 군대 1천이 도착했지만
김시민은 지휘 계통에 혼선이 생길까 염려하여 이들을 성 안으로 들이지 않았어.
그리고 뒤이어 일본의 선봉 1만명이 도착했고,
성 밖에 남은 유숭인의 병력 1천은 일본군과 맞서 싸우다가 전멸하지.
"우리의 분전이 진주성 사수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오리다. 무운을..."
<10월 6일 - 일본군 본대 도착>
일본군의 본대가 도착하고
1만명의 일본군이 후방으로 진입해 진주성을 포위했지.
하지만 후방 뒷산에 소수의 조선 의병 게릴라 부대가 분전하고 있어서 곧바로 양동작전을 걸진 못했어.
왜군의 본대가 도착하자 진주성은 공포에 빠졌고
급조된 군대와 엉성한 의병대는 점차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지.
김시민은 이들을 설득해 전투 준비를 갖추고
백성들에게 군복을 입혀 성벽에 배치해 숫자가 많아 보이게 만드는 작전을 썼지.
또한 곽재우의 의병은 전날 성 밖으로 나가 왜군을 교란하는 임무를 수행했어.
주로 일본군 후방에서 피리를 불거나 횃불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일본군의 시선을 분산시키는데 주력했지.
일본군 역시 심리전을 사용했는데, 주로 일본의 도깨비 (오니) 복장을 한 병사들이
붉은 깃발과 칼을 들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성 밖에서 달밤의 체조를 벌이는 등 공포감 조성을 시도했지.
그리고 마침내 10월 6일 첫번째 교전이 시작되었어.
우선 일본의 철포병들이 일제 사격을 가하자, 이에 놀란 조선군이 침묵했지.
기세가 오른 일본군이 돌격을 시도했지만
성 내부에서 일제히 <현자총통>을 발사해 왜군 수백명이 피떡이 되어 날아가버리지.
당황한 일본군은 근처의 민가를 약탈해서 방패와 대포막이를 만들어 공격을 시작해.
하지만 조선군의 화력에 피해만 잔뜩 입고 별다른 이득 없이 철수하고 말지.
결정적으로 곽재우가 200명의 의병을 이끌고 성 밖에서 피리를 불며 적을 교란시키자
성 내부의 장병들이 이에 호응하여 환호하지.
이에 일본군은 급습이 들어오는 걸로 착각해 혼란을 일으키다가 결국 퇴각하게 돼.
<10월 7일>
마찬가지로 일본군은 1만의 병사로 공격을 감행했지만
진주성의 병사들은 침착하게 잘 막아냈지.
밤이 되자 김시민 장군은 심리전을 썼는데
한밤중에 성루에 기녀들과 악공들을 불러
거문고와 퉁소를 연주하게 하여 일본군을 당황하게 만들고 아군의 사기를 높였지.
이에 일본군도 질세라 심리전을 동원했는데
조선의 어린아이들을 포로로 붙잡아 성 앞에 세워놓고,
뒤에서 칼을 겨누고 이렇게 말하게 했어.
"서울이 이미 함락되었고, 팔도가 붕괴되었습니다. 아저씨들이 새장 같은 진주성을 어떻게 지키겠어요?
빨리 성문을 열고 항복하세요!"
이에 조선군 측에서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김시민 장군이 수습하여 성을 진정시켰지.
<10월 8일>
마침내 3만의 일본군이 앞뒤에서 맹렬하게 총공격을 감행해.
진주성이 함락 직전까지 갈 정도로 위급한 순간이었지.
전투 도중에, 진주성은 화살이 떨어지는 바람에 병사들은 돌을 던지며 싸웠지.
겨우 해가 지고 전투가 중단되었어.
그리고 역시 밤이 되자 곽재우의 의병 별동대가 횃불을 들어 수비군을 응원하고
왜군의 본진에 기습을 가해 왜군을 혼란에 빠트리는 데 성공하지.
이에 일본군은 진주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의병 부대의 협공>이라고 판단하고 작전을 변경해.
<10월 9일>
일본군은 공격군을 다수의 분대로 재편성하고
이를 진주성 사방에 뿌려서 흩어져서 게릴라 공격을 벌이는 조선 의병들을 섬멸하기로 하지.
하지만 이 작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는데
우선, 의병장 곽재우, 김준민의 부대가 소수로 나눠진 일본군을 여러 차례 각개격파에 성공하고
전라 의병장 최경희의 부대가 기습 공격에 성공해서 1천의 일본군을 죽이는 등, 대활약하지.
결국 일본군의 산개 수색작전은 대실패.
오후 쯤 다시 정공법으로 공성에 들어가지.
일본군은 대나무 다발을 이용해 성에 접근한 다음
토산을 쌓고 그 위로 올라가 진주성 안으로 포락을 던지고, 총을 발사했지.
그러는 동안 사다리병이 진주성에 접근하는 작전을 감행했어.
하지만...
우리에겐 이게 있잖습니까.
김시민 장군은 만약을 대비해, 주력 군대의 화약 외에
진주성 지하에 <화포 170대와 화약을 미리 비축해 두었지>
결국 화력이 떨어졌을걸로 예상하고 접근한 일본군은 그대로 조선군의 대포알 세례를 맞고
그야말로 처절한 고깃덩이가 되어 대패.
이에 격분한 일본군 대장은 새로운 작전을 내는데
ㄴ 일본군 수장 우키타 히데이에
공성으로 성을 뚫을 수 없으니, 거짓 퇴각으로 진주군을 성 밖으로 유인하겠다는 작전을 세우지.
그날 밤 가짜 횃불을 여러개 밝혀 놓고 일본군은 퇴각해.
이에 조선군이 나가서 추격하려 하지만
"내일 일본군이 총공격을 한대요."
왜군에게 붙잡혀 있던 한 조선 아이가 탈출에 성공해서 성 안에 이 사실을 알리지.
그 덕분에 조선군은 추격을 멈추고, 일본군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았어.
<10월 10일>
마침내 10일. 일본군이 모든 걸 내던지고 총공격을 감행하지.
성 안의 물자와 병력이 소진된 진주성은 결국 성문이 파괴되고 성곽 일부가 무너지면서 뚫리고 말아.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일까
밤이 되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일본군의 철포가 무력화되면서 수비군의 피해가 줄기 시작했어.
결국 성내에서 조선군과 일본군의 치열한 백병전이 전개되었지.
김시민 역시 직접 칼을 뽑아들고 전투에 참가할 정도로 혈투가 벌어졌지.
그러나 그때,
시체 속에 죽은 척 하고 숨어있던 일본군의 철포병이 간신히 불을 붙이고 총을 발사.
그 총알이 김시민 장군의 이마에 그대로 날아가 명중하고 말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김시민 대신
곤양군수 이광악이 지휘를 맡아 조선군을 이끌었지.
결과는 조선군의 승리.
10일 오전 11시 경 쯤, 일본군은 생존자를 건져 퇴각했어.
조선군 역시 피해가 막대했기에, 추격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그대로 성을 지켰지.
전투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진주 목사 김시민은 2개월 동안 의식불명에 빠져 있다가
결국 머리에 박힌 총알 때문에 숨을 거두고 말지.
<전투 결과>
조선군이 3800명 중, 2천 명 이상이 전사하는 등 아군의 피해도 컸지만
일본군의 경우,
분대장 급의 지휘관 300여 명,
전사자가 1만명을 넘고, 부상자는 수천이 넘을 정도로 막대한 병력 피해를 입고 말았지.
이 전투로 왜군의 전라도 진격과 수군, 육군의 상호 연계 작전은 영원히 좌절됐다고 봐도 무방해.
훗날 격분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복수전을 지시하고
결국 2차 진주성 전투때 진주성은 함락당하고 말지.
진주의 유명한 <논개>가 이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이름을 알렸어.
아무튼 그건 2차 전투의 이야기고.
1차 전투에서 김시민의 활약은 엄청났기에,
일본의 문학에서 <목사>라는 괴물이 등장하는데, 이 목사가 바로 진주성의 김시민 장군을 의미하는 거지.
김시민 金時敏
(1554~1592)
선무 2등 공신. 시호는 충무(忠武).
3800의 병력으로 3만의 일본군에 맞서, 진주성을 지켜냈으나
마지막 혈투에서 적의 유탄에 머리를 맞아 전사.
2189년 실종된 비행사의 12년간의 기록.
렌겔 하츠는 이오 탐사 중 목성의 자기권에 들어가 그 인근에 좌초했다.
그는
자급자족형 부유 콜로니에서 식이체를 섭취하며 생존했다.
오랜 무중력 생활의 여파로 그는 골밀도와 근육의 수축력이 크게 감소했으며,
정상적인 지상 직립을 할 수 없었다.
화성 귀환 기지에 돌아온 이후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이것은 그의 12년 간의
기록이다.
(전면에 부착된 숫자는 그의 기록 순서를 지칭한다.)
13.
시그널 데이터에 남겨진 전파 패턴이 신경쓰인다.
반복되는 시간은 2분내지 3분.
21.
마실 물까지 녀석들에게 줘버렸다.
어서 열매를 맺어주었으면 좋으련만.
33.
구조대에게 계속해서 통신을 보내고는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목성의 전자기파 뿐이다.
37. 이제 알았다. 목성의 플라즈마진동 때문에 구조 요청이 닿지못한다.
저 거대한 행성이 있는 한 나에게 구원의 여지란 없다.
44.
가니메데의 공전 궤도에 다달았다.
조금은 자기장의 영향에서 벗어날거라 생각한다.
88.
좋은 소식이 있다. 오랜만에 토마토를 먹을 수 있었다.
경작량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189.
전송을 포기했다.
240.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목성에서 들려오는
저 에코보이스는 분명 무작위적인 자연 현상임이 당연할 텐데도,
그 중에 어느 정도 반복되는 부분이 있었다.
242.
유로파를 보았다. 얼음의 균열이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웠다.
얼음, 물, 기체로 만들어진 은색의 위성. 잊고 있던 향수를 느꼈다.
360.
전파 패턴을 복사했다.
404.
의미 없는 짓이란 것은 알고있다.
요즘은 시간을 보낼 것이 필요해져, 이런 것에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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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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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기록을 끝낸 후 식사를 했다. 메뉴는 교종 감자와 합성 단백질이다. 오트밀 같은 밍밍한 맛이 느껴진다. 오트밀, 아니 오트밀은
무슨 맛이었지. 이 짓도 벌써 2년 째다.
"5년이라구, 어이."
아 무도 없는 우주에게 말을 건다.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저 멀리, 5.203Au 떨어진 곳에는 내 고향이 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거기까지 닿을리는 없다. 말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끝없이 홀로 떠든다.
나는 방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눈이 보인다. 목성의 눈, 대적반이다.
가공할 공전 속도에 생겨난 줄무늬나, 수성보다도 큰 소용돌이.
멀리서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도, 그 내부는 지옥이다.
구름 상층부는 영하 110도에, 대기 평균 온도도 영하 140도에 육박한다.
태양과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질량이 조금만 더 컷더라면, 아마 이것은 제 2의 태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태양계도 쌍성계가 되었을텐데.
도태받은 행성, 태양이 되지못한 행성인 것이다.
"한 순간이라도 조용히 해줄 수 없을까."
의 미없는 질문을 한다. 저 플라즈마 진동이 멈춘다는 것은,
목성의 폭발이 정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되면,
나는 화성의 구조대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답은 없다. 돌고래 소리와 비슷한 음파만 메아리 칠 뿐이다.
나는 요즘 이 전파를 분석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섞여들어온 혼합 전파들을 제거하고, 반복 패턴을 정리한다.
"가르쳐달라구, 어이."
미 친 짓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나에게는 이것 뿐이다. 여흥거리가 없는 이 우주에서,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검은 하늘 속에서 재정신으로는 살아있을 수 없다. 나는 미쳤기에,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패턴 분석이 완료되었다. 예상과 달리, 이것은 완전히 같지는 않다. 바꾸어 말하면 완벽하게 다르지도 않다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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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
나는 이것을 문자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788.
문자가 되어간다.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877.
나는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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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어 사전을 완성했다. 이것은 목성의 언어이다.
전파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한지 1년 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제는 그것을 응용할 때가 왔다. 첫번째 패턴과 두번째 패턴을 조율해서
만들어낸 글자. 이것을 변환기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음성 모두를 모두 치환해서 결과를 만든다. 이렇게 한다면,
외계인의 목소리도 번역할 수 있다.
그렇다, 본래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계인 것이다.
4년 가까이 나에게 말을 거는 저 거대한 행속의 목소리를,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역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행성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포착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게 정상적인 말이 될리가 없다.
된다고해도, 그것은 억지로 끼워맞춘 것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짓이라도 하지않으면 견딜 수 없단말이다...!"
계속해서 구조 메시지를 분쇄시켜버리는 저 목성의 소리가 너무나 거슬린다. 그 정체를 이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시스템 가동 스위치를 누른다. 분석한 패턴을 음성으로 바꾼다.
[@%#%@#...]
처 음 부분의 목소리는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실패다.
완전히 실패했다. 아니,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되어버릴 것을 알고있었기에, 이 실패는 성공인 것이다.
아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제 무슨 낙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일까.
내일이 막막해져온다.
"...응?"
나 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패턴의 정보가,
평소라면 알아차릴 수 없는 그 부분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치환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으니 안되는게 당연하다.
이것은 내 실수였다. 피식, 아직은 시간을 보낼 방법이 남아있는 것이다.
.
.
1124.
2차 수정을 완료했다.
.
.
.
"끝이다..."
이 제 완성했다. 최대의 변수부터,
최소의 한도까지 완벽하게 보수했다. 만일 행성의 언어가 있다면,
그 하품소리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무섭다.
이미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다.
나는 순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로 끝이다.
4년의 걸친 내 헛짓도. 아마 이것이 끝나버리면
나는 삶의 의욕을 잃고서 자살할지 모른다. 호기심과 공포.
그 두 가지는 내 유년시절부터 끝없이 싸워왔다.
정글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궁금해,
나는 매번 고소공포증을 느끼면서도 위로 올랐다.
그래, 답은 이미 나와있다.
나는 아무리 무서웠어도 결국은 그것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렇기에 나는 우주 비행사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자신있게 스위치를 눌렀다. 약간의 잡음이 들려오며 번역기가 가동되었다.
[@#$@#...@!%^....]
이 전과 같다. 후아,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뭘 기대한 것일까?
역시나가 역시나였다.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담배가 있었다면 한모금 크게 빨아당겼을 텐데. 그 때였다.
완전히 끝나버린 여흥에 허무감으로 웃고 있을 때,
번역기에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익숙한 음성이었다. 목소리였다. 노래였다.
내 언어, 그것은 인간의 말이었다.
[들려... ^%&%$...들려요? @%%...들리나요?]
"뭐..."
들 리는가, 분명히 그렇게 물어오고 있다.
5년간 반복되던 패턴의 정체는 이것이다. 약간은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수정을 통해서 바꿀 수 있다. 자세히 보니,
그 부분의 전파만 휘어져있다. 다시 치환을 시작한다.
역시, 여기에 기초적인 오류를 범했다.
그것을 수정하고, 다시 번역기를 튼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서 그것을 기다린다. 가슴이 두근거리다.
[들려나요? 목소리가... 들리나요?]
나 는 미친게 분명하다.
나는 지금, 목성과, 태양계에서 제일 큰 행성의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자판을 입력한다.
그것을 목성의 전파로 수정해서 보낸다면,
나는 대화를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라면 가능하지만,
자신은 없었다.
"들린다. 확실하게 들린다."
전 파를 발신한다. 구조용 신호기를 행성과 이야기하는데에 쓰다니.
정말이지 어이없을 정도로 비싼 무전기가 아닐 수 없다.
위이잉, 갑자기 대기가 흔들렸다. 목성의 전자기장이,
거대하게 폭발한다. 옆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흥분하고 있었다. 나와 같이.
곧 거대한 음파가 수신된다. 목성의 답장이다. 나는 바로 그것을 해독한다.
[누구, 누구입니까? 당신은 무엇입니까? 들리나요? 목소리가 들리나요?]
틀림없는 의문사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까 꺼내든 말을 다시 한 것을 보면, 얼마나 상대가,
아니 목성이 기뻐하는지를 알 수 있다.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답신을 했다는 사실을. 나는 내 존재를 알리기로 했다.
"나는 렌겔. 렌겔 하츠. 인간이다."
곧 목성은 답을 해왔다.
[렌겔, 렌겔, 렌겔. 인간은 무엇입니까?]
나는 이제서야 삶의 의욕을 되찾고 있었다.
즐거운 이야기 상대가 생긴 것이다.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3099.
나 렌겔 하츠가 인간이라는 생물의 개체 중 하나라는 것과,
우리가 그 쪽을 목성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3340.
일 주일간 쉬지 않고서 대화만을 했다.
나는 목성을 '녀석'이라 지칭하기 시작했다. 대화는 성립하지만,
녀석은 대부분의 단어를 모른다.
모르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항상 질문을 한다.
나는 나에게 수면이란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취하지 않으면
생물로서 죽게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3341.
확인하지 않은 음성만도 17개다.
내가 잠든 사이, 목성은 나에게 말을 건 것이다.
대부분이 '잠이 들었습니까?' 와 '지금 수면이라는 것을 취하고 있습니까?'
였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제발 대답해주세요.'였다.
3460.
이 녀석은 고독하다. 만들어진 몇 십억년 동안 혼자였다.
고작 4년 정도로 이렇게나 미칠 것 같은 세월을,
목성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온 것이다.
나는 밍밍한 음성보다도,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원했다.
프로그램을 수정한다. 내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도록,
목성의 감정을 수신할 수 있도록.
3560.
수정이 완료되었다. 이제 희노애락을 전달할 수 있다.
목성도 기뻐했다. 내 기분대로, 목소리의 패턴을 소녀의 것으로 바꾸었다.
귀여운 목소리다.
3605.
[렌겔과 다른 개체는 어디있습니까?]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목성은 그것을 물어온다.
"저 멀리, 태양이라는 거대한 항성 가까이에
위치한 푸른별에 내 동족들이 살고있어."
그간 알려준 지식들을 토대로라면,
목성은 이해할 것이다. 녀석은 습득이 빠르다.
너무 빨라서 놀라울 정도다. 한가지를 알려줌과
동시에 엄청난 정보를 습득한다. 마치 지식에 목이 마른 듯이.
[동족, 인간은 모두 렌겔과 같습니까?]
"아니, 달라. 인간이라는 생물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개체마다의 성질은 조금씩 다르다."
[어째서 입니까?]
글쌔, 어째서일까. 나는 처음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3783.
[렌겔도 죽습니까?]
"그래, 나도 죽게 되겠지. 언젠가는."
그렇게 말하자, 목성은 처음으로 질문이 아닌 대답을 했다.
[렌겔의 죽음은 슬픕니다. 죽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3802.
목 성은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수면이 생물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알게된 것이다.
처음 생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녀석의 질문 공세는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울 정도다.
3855.
[인간, 인간은 어째서 전쟁을 합니까?]
"그건 나도 대답할 수 없어. 다들 이유가 다르니까.
어쩌면 그래서 싸우는 걸지도 몰라."
[렌겔이 모르는 것이 있습니까?]
녀석은 나를 만물박사로 알고있는 것 같다.
"나도 궁금한 게 많아. 모르는 것도 많지."
[당신도 나와 같군요. 매우 기쁩니다. 공통점입니다. 우리는 닮아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열창이 흔들릴 정도로
목성의 전자기파가 울렸다. 진정하지 않으면 큰일 날지도 모르니
주의해달라고 말하자, 목성은 곧 그 진동을 멈추었다.
4087.
처음으로 녀석과 싸웠다.
[당신은 악마입니다. 잔인합니다.]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물을 희생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목성은 화를 냈다.
[렌겔이 살기 위해 렌겔과 동등한 개체를 섭취하는 것은 싫습니다.]
생명은 평등하다. 분명 그렇게 말을 했기에, 나는 말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죽고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자, 목성은 한마디를 끝으로 침묵했다.
[...저도 렌겔의 죽음은 바라지 않습니다.]
4103.
목성이 침묵한 요인은 다른데에 있었다.
소행성이 낙하한 것이다. 열 세 개나 되는 요철 덩어리들이
목성의 대기로 떨어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불안함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4117.
목성이 말을 걸어왔다. 너무도 반가웠다.
[작은 아이들이 부딪혔습니다.]
운석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4118.
녀석은 운석의 궤도를 바꾸었다.
스스로 자신에게 유도한 것이다.
그 순간의 중력 그래프가 한없이 위를 향한 기록이 남아있다.
왜 그런 짓을 한거야, 왜 스스로 상처를 입힌거야? 라고 묻자, 녀석은 답했다.
[렌겔이 말해준 저 너머의 푸른 아이에게 닿게 하지 않겠습니다.]
푸 른 아이는 지구를 말하는 것일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운석이 목성의 궤도로 끌려가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그것은 분명 지구의 데인져러스 존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지킨 것이다. 저 멀리 나의 고향을, 지구를, 생명의 보고를.
"아프진 않아?"
[아프다, 아프다는 무엇입니까?]
아, 그랬었지. 녀석에게 통각과 같은 개념이
있을지는 나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4119.
[푸른 아이가 부럽습니다.]
요즘들어 목성은 자신의 감정을 나에게 자주 말한다.
"왜?"
[그 아이는 생명을 만들어냈습니다.]
4201.
녀석은 지구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그 질량과 구조,
형태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목성은 지구가 자신보다 몇 십배나 작다는 것을 듣고서는.
[귀여운 아이.]
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5.9736×1024kg의 질량을 가진
행성이 귀엽다고 한 것이다. 확실히 목성은 그와 비교하기
우스울 정도로 거대하다.
지구의 탄생과정 따위를 이야기 하는 사이에,
이오가 다가왔음을 확인했다.
4204.
물리지구학은 내 전공분야였다. 마치 제자가 하나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대단해, 대단합니다.]
생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부분에서,
녀석은 탄성을 질러댔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진동하는 대기가 여기까지 영향을 주었다. 진정하라고 말했지만,
들리지 않는 듯 했다.
4213.
녀 석이 침울하다.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지구처럼 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작열하는 대기와 냉점에 가까운 기온, 더욱이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죽음의 바다만으로 이루어진 기체의 행성에 생존 할 수 있는 생물은 없다.
게다가 지구에서 생명을 이끈 가장 큰 공로자는 태양이다.
광합성의 결과로서 바다에 산소가 스며들고,
그것을 시작으로 생물의 다양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목성과 태양의 거리는 멀었다. 생존을 중제로 삼는다면 절망적인 거리였다.
4215.
대기압 100kpa
질소 77%
산소 21%
아르곤 1%
이산화탄소 0.038%
이것이 지구의 대기 성질이다.
마치 생물체를 위해서 마련된 것 같이 완벽하다.
이 중 어느 농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생태계가 절반이상 바뀌어진다.
목성은 자신의 분석 결과도 궁금해했다.
대기압 70kpa
수소 ~86%
헬륨 ~14%
메탄 0.%
암모니아 0.02%...
거기서 목성은 그만해달라고 했다. 슬픈 어조였다.
깨달은 것이다. 그것이 생물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환경인지를.
4224.
목성은 자신을 궁금해했다. 대부분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전해주었지만,
끝없이 질문만을 이어낸다. 그 중에서는 약간 아이러니한 것도 있었다.
[저는 어떻게 보이나요?]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아름다워, 무척이나."
목성은 침묵했다. 한시간 반이나 지나서야 답신이 왔다.
[지구는, 푸른 아이는?]
나보다 더 아름다운가, 라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비교하기는 어려워. 지구에는 있고, 너에게는 없는 것이 있는 반면에,
너에게만 있고, 지구에게는 없는 것이 있으니까."
[그래도 제가 더 거대하니까.]
묘한 것에서 질투를 하는 것 같다.
정말 귀여운 것이 누구인지를 모르고서.
4227.
며칠간 뾰루퉁한 태도의 녀석에게 좋은 것을 알려주었다.
[형제, 제 동생이 있습니까?]
"그래, 셋이나 있지.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야."
목성형 행성으로 분류되는 그것들의 정보를 말해주자,
녀석은 유독 한 행성에게만 반응을 보였다.
[토성, 토성.]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는다.
대기의 색깔이 자신과 같은 갈색이라는 것에 기쁜 것일까.
4228.
토성을 둘러싼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목성은 호기심을 보였다.
언젠가 본 얼음과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토성의 띠에 대해 그대로 설명했다.
[부러운 아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심술을 부린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잘못되었다.
"너에게도 있어, 예쁜 고리가."
[있습니까? 고리가 있습니까?]
"그래."
목 성의 고리계(系)는 희미하다.
먼지와 네가지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다. 할로 고리라고
하는 입자들의 두꺼운 내부 토러스를 만들고,
밝고 예외적으로 얇은 주 고리와 두 개의 넓고 두꺼운
희미한 외부의 고사머 고리들. 멀리서 바라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토성의 고리보다도 아름답다.
[기쁩니다. 저도, 그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너는 토성보다 아름다운 띠를 가지고 있는거야."
목성의 흔들림에, 나는 비틀거릴 수 밖에 없었다.
감정 전환이 빠른 것이 장점인 녀석이다.
4300.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너는 스스로가 무엇이라 생각해?"
의외로, 답은 빨리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동문서답이었다.
[저는 주변의 아이들을 끌여들여 그것으로 유지합니다.
멀리서부터 흘러나오는 줄기에 잡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동시에 그것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 신을 당기는 것은, 아마 태양을 말하는 것이다.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태양계를 떠돌며,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 또한 중력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이 우주는 우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나는 오랫동안 잊고있던 신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너는 어떻게 만들어졌지?"
[가장 오래된 기억은 떨어져나온 때부터 시작됩니다.]
"떨어져 나와?"
[저는, 아니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우리?"
[렌겔이 태양계라 부르는 우리 전체와, 지금은 밖으로 떨어져나간 아이들. 우리는 모두가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가벼운 것은 가벼운 것끼리, 무거운 것은 무거운 것끼리. 우리는 어느새 떠돌고 있었습니다.]
태양계 발생설의 일부는, 어느 거대한 항성이 충돌하여,
그것들이 흩어지며, 하나로 되돌아가기 위해 끌여들인
중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돌아가고 싶어?"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렌겔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4456.
이 제 녀석과 대화가 힘들어진다.
지성의 차이가 이렇게나 벌어질 줄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가끔은 너무 어려운 말을 하기에, 내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요즘은 녀석에게서 가르침을 받고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연상의 연인의 자리를 되잡아가는 것일까.
4460.
이제 12년이 흘렀다. 콜로니에서 지낸지 그만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목성과의 대화에 빠져, 너무도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나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다.
이런 생활이 편해지고 말았다. 눈을 뜨면 대적반이 아침을 반기고,
교대로 흘러가는 위성들은 인사를 건넨다.
그래, 나는 목성과의 생활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했기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다만, 연애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기에. 안아줄수도, 키스할 수도 없다.
그저 멀리서 지구의 317.83배나 되는 거대한 아이를 지켜볼 뿐이다.
4679.
[이별입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일까? 이별이라니? 통역기가 잘못 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목성이 단어 이해를 잘못한 것일까?
[저는 이제 긴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째서, 라고 묻자, 녀석은 쓸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렌겔이 가르쳐 준 여러가지들에 대해서 고맙다
이상의 표현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 무리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지고 싶습니다.]
"가지고 싶다니, 뭘?"
[생 명을. 푸른 아이도 분명 저와 같았을겁니다.
렌겔의 정보에 의하면, 원시의 환경도,
기본적인 베이스도 당시에는 생명이 태어날 환경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바뀌게 할 수 있습니다. 몸이 너무 거대하기에,
그것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생명을,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신진대사를 최소화하고 구조의 통일에만 충실히 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할지 모릅니다.]
"어떻게 그런걸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거지?"
신진대사를 줄인다니, 스스로 동면에 들어간다는 것일까?
나는 목성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렌겔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인간과 같은 고등의 생물을 품는 것은 아직은 힘들지만,
아마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생명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진심이다. 녀석은 정말로...
[하지만, 이제 렌겔과 대화할 수 없게됩니다.]
쓸쓸한 목소리와 함께 목성의 대적반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분명 목성 스스로가 온도를 높이며, 내부의 기체를 멈추는 징조이다.
[렌겔, 렌겔. 저 멀리 푸른 아이에게서 온 인간. 처음 만난 생명.]
위이잉, 목소리가 흐려진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푸른색이 되고싶습니다.]
희미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즐거웠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슬픕니다. 너무 슬픕니다.]
소용돌이치던 붉은 대적반의 눈이, 아래로 흘려내린다. 그것은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나는 멍청하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렌겔, 렌겔. 당신이 좋습니다.]
목 소리는 끊어졌다. 후에 흘러나오는 소음도,
전기장도, 자기장도, 그 어떤 센서에도 걸리지 않는다.
눈물이, 오열이 세어나왔다. 어째서, 지금 떠나야만했던 것일까.
녀석은 왜 그토록 생명을 잉태하고 싶어했던 것일까.
왜왜왜, 의문만이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이제는 내가 질문을 하고,
네가 답해주어야할 차례가 아닌가.
그런데도 벌써 그것을 멈추어 버리다니.
나는, 어느새 녀석을, 그녀로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슬픔이 몰려와, 참을 수가 없다.
4697.
목성이 침묵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쓸대없는 기대를 가지고서 호출해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목성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목소리를 듣고싶다. ...목소리? 그런가, 자기장이다.
바보같이, 이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목성의 자기장이 사라졌기에,
나는 이제 구조요청이 가능해졌다.
나는 귀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 바보 녀석, 이걸, 이걸 노린거냐? 하나도 기쁘지 않아,
나는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4704.
단 여섯번의 시도 끝에, 나는 무전에 성공했다.
현실감이 없다. 12년만에 다른 인간과 대화해 본 것은.
역양이 다른 것을 보아, 타국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걸까.
다른 나라, 나른 인종, 나른 개체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모두가 푸른 별에서 태어난 생명인 것을.
목성은, 지금도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4723.
구 조대가 도착했다. 그들은 나의 생존 자체를 놀라워했다.
표류 당할 당시의 몸무게보다 12킬로그램이나 줄었지만,
내 건강상태는 양호했다.
하지만 그 부분이상으로 그들은 놀라고 있었다.
내 정신이 어떻게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4724.
목성의 침묵은 모든 이들을 다시금 충격에 빠뜨렸다.
생성된 이후로 폭염의 플라즈마를 뿜어내던 행성이 멈춘 것이다.
그 내부는 매우 느린 속도로 천천히 식어가고 있을 것이다.
1도를 내리는데에만도 수백, 차니 수천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모두 말했다.
연구원들은 나를 미친놈 취급했지만, 기록된 데이터가 말해준다.
목성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녀석, 아니 그녀는 분명히 있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공톰점에 기뻐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질투를 느끼는 귀여운 소녀가.
4725.
기록 종료.
사용자 렌겔 하츠의 권한으로 승인 해지.
데이터는 자동으로 베이스에 등록됩니다.
서 기는 끝이 났다. 이제 태양계에 인류는 없다.
13억년 전, 그들은 신은하로 떠났다.
과거 백 년채 살지 못했던 그들의 수명이 2천년 이상으로 늘어감에 따라,
지구라는 보금자리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었다. 푸른 여신의 별은 슬픈 듯이
항성 주위를 돌고 있었다.
버림받은 어머니의 별은 이제 천천히 발화할 것이다.
수성은 이미 몇 천년 전 쯤에 묻혀버렸다.
대기는 타오르고, 이제 생물은 살 수 없다.
푸른 별은 몇 백년에 걸쳐 천천히 기온이 오르고 있었다.
미래를 예측한 인류는 그래서 다른 땅으로 향했다.
'이어지길, 끝까지 이어지길. 내가 만든 아이들의 생명이 끝까지 이어지길.'
푸른 별은 마지막까지 그것을 염원했다.
'이제 당신의 차례인가요? 저를 이어 푸른 별이 되어주실 건가요?'
누구도 듣지못하는 목소리가 멀리 울려퍼진다.
태양이 다가온다. 바다가, 대지가 녹아간다.
고온에 뒤섞여가며, 지축은 흔들리고 분쇄되어간다.
59억살의 나이로, 지구는 사라졌다. 앞으로 태양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더 멀리까지 그 빛을 보낼 것이다.
한층 찬란해진 백광이 멀리 뻗어나간다. 그리고는 닿았다.
과거 기체로만 이루어진 적갈색의 행성에게로.
그 대기에 비치는 스팩트럼은, 푸른 빛이다. 태양계는 다시금 생명을 잉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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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경연대회 JJ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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