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15~11.17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 2회 창의체험 페스티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고난과 외로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나 동아리에게나 유익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저의 가장 큰 적은 1:7의 성비. 그것도 바로 제가 1이라는 점.

안그래도 낯가림 심한 나를 남녀 1대7의 성비로 끌고가버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남자1, 여자3을 데리고 갈 예정이라 이정도면 괴롭겠지만 버틸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판에 동아리 여후배 4명이 들어오는 바람에 극악의 성비로 킨텍스로 올라가버렸습니다.


대구에서 엑스코만 봐왔던 저에게 일산 킨텍스는 정말 엄청난 크기였습니다.

공터하나가 엑스코 몇개는 들어가고도 남아보였습니다.

바로 그곳이 동아리 페스티벌이라고만 들었던 제 2회 창의체험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그곳이 고난과 외로움의 장소였습니다.


첫째, 우리 동아리 책자를 1500부 발행했는데 그중 1000부를 일산으로 들고가야했습니다.

저거 누가 들고가나요? 전 남자지만 체형상 여자들과 근력이 아주 약간 우세할뿐 비슷하다고 봐야했습니다

여자애들도 '저거' 우리랑 별 다를 바 없다면서 선생님에게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듣는입장에선 슬프지만

다행히 누군가 짐끄는수레를 빌려주어서 비교적 쉽게 이동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무거운건 무거웠습니다.

우리 동아리 역동의 컨셉은 간도 알리기였습니다. 

그래도 체험지에도 십자퍼즐문제와 함께 간도땅 색칠하기 체험을 만들었죠. 문제는 이 체험지도 엄청난 양.


둘째, 개인적이지만 우리 동아리의 체험은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페스티벌 특성상 관람객들은 대부분 학생들입니다. 물론 토요일에는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왔긴 했지만 그래도 주 관람객이 학생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흥미위주, 추억을 남길만한 활동을 하는 것인데 우리 동아리 체험은 추억도 흥미위주도 아니었습니다.

 생각외로 많은 학생들이 저희 부스를 방문했지만 그건 체험지가 아닌 저희 동아리에서 걸었던 상품, 1등 문상때문이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이해하지만 더 아쉬운것은 우리가 간단하게 우리역사에 대해서 소개할 시간도 없이 그저 문제만 풀고, 그것도 답을 베끼고, 모른다며 이것저것 다물어보고... 체험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우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동아리 부스에 들어가보니 그쪽은 아예 컨셉자체를 제대로 잡아서 같은 퀴즈라도 그쪽이 확실히 더 재미있었고, 심지어 추억을 남길수 있도록 사극체험장을 만들어 사극에 입던 옷을 빌려왔더군요... 

우리 동아리의 아쉬운 점이 바로 전혀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었던것 같았습니다.

저희 동아리의 컨셉은 그저 정보를 알리는 것이었는데 우리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중 정보를 얻은 사람이 있긴 있었을까...


셋째, 저는 외로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동아리 성비가 1:7. 저는 홈자라는 거. 

물론 감히 말을 못꺼내게 만드는 제 무뚝뚝함과 감히 말을 못거는 제 소심함이 만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1학년은 1학년끼리 뭉쳤고 2학년은 2학년 여학생끼리 뭉치니 남은건 나혼자.

이게 동아리내의 문제가 아니라 숙소내에서도 문제였습니다.

숙소에 들어가니 내가 묵는 방에 두개의 학교학생들이 침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두학교는 서로 끼리끼리 노는데

저는 그사이에 껴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방금 막 바꾼 따끈따끈한 스마트폰만 가지고 놀았죠


넷째, 또 이름이 문제였습니다.

처음 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저를 여자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게 어느정도냐면...


한번은 친구가 저와 문자를 하고 있는데 친구아빠가 와서는 

"이야 너 여친생겼구나?"

친구가 정색하며 제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인정했다는 일화...


또 한번은 리더쉽캠프에 갔는데

친구와 잘놀고 밤에 자려고 했는데 내 숙소가 여자숙소.


또 한번은 얼마전 골든벨 출연할때 작가가 사전에 골든벨 카페 가입하라고 전화왔는데

"저기 OO휴대폰 맞나요?"

"네. 맞는데요."

"아 그러면 OO좀 바꿔주세요"

"네. 저인데요."

"..."

"...?"

"아 이름보고 여잔줄 알았네요"

내 굵직한 목소리듣고 놀랐겠지 그래


그리고 또한번은 학교 선생님이

"오늘 발표할 사람은.. 음. 그래 OOO"

"네."

"아니 OOO"

"네"

"네가 OOO냐?"

"네"

"장난치는거 아니지?"

그래 내 굵직한 목소리듣고 놀랐겠지 그래


그리고 그일이 이날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물론 위의 내용은 킨텍스의 즐거운 추억중 있었던 유일한 불만들이었습니다.

예를들면 우리 동아리부스 앞 부스에서 관객들 끌려고 바이올린 연주를 하곤했는데

마침 심심해서 그 부스에 가서 체험을 했습니다. 그러자 저희부스애들이 갑자기 오면서 신청곡이라는 면목으로 사탕을 뿌렸습니다.

그러자 거기도 "오? 신청곡"이라면서 신나게 바이올린 연주를 했고, 지금까지 바이올린 연주를 해도 모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우리의 관심속에서 갑작스럽게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친해진 느낌이 들었죠


또 숙소에서 혼자지내서 레크레션 하면 난 외로워서 어쩌나 했는데

 짝게임인데 홀수라 어쩔수없이 일행에서 떨어져 나온분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그게 뭉치고 뭉치다 보니 20명사이에 끼일수 있었습니다. 

물론 방금 만난사이라 마음들은 다 맞지 않았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또 다른 경험은 네이버중계TV에서만 보던 야구선수 박희수를 제가 직접 만나서 싸인까지 받았다는 것.

야구광팬인 저에게 영광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박희수 선수 좌완투수로 알고있는데 싸인을 할떄는 오른속으로 하더군요

류현진선수같이 좌투우타인가


하지만 그 즐거운 추억들은 잊은채 축제가 끝나자마자 집에간다는 생각에 저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물론 다시 들고갈 짐은 여전히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최저임금제 4860원 적용해서 3일동안 109920원을 받아야 할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1명의 노동자는 대구땅을 밤 10시에 겨우 밟을수 있었다는 글

by 초령목 2012. 11.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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