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중국의 60개 왕조 평균 존속기간은 64년으로 마지막 환갑잔치를 지낸 후 단명하게 된다. 한나라 이래로 중국 역사상 가장 길게 존속했던 국가는 청나라로 그 기간은 고작 296년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당나라(289년), 명나라(276년)도 300년을 넘지 못했으며, 60개 왕조 중 100년동안 존속했던 왕조는 단 12개왕조(전한, 후한, 동진, 북위, 당, 북송, 요, 남송, 금, 원, 명, 청)에 불과하다.

 이것은 비단 중국왕조의 특수성이 아니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500년을 살았던 에스파냐 왕조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500년 이상 존속했던 국가는 단 3개. 아니 500년이란 이름이 개이름도 아니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상에서 500살이나 먹는게 가능한 일이겠냐고!

 하지만 이제 우리의 눈을 밖에서 안으로 돌려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왕조들을 보자. 그러면 우리나라의 위대함에 감탄을 자아낼지도 모른다. 기억해보자 고려가 존속했던 중에 중국에서는 왕조가 3번이나 교체되었고, 조선이 존속하던 중에서도 중국의 왕조는 2번이나 교체되었다.

기원전 2333년 건국, 기원전 108년 멸망 (기록상) 2225살 고조선 증조 할아버지.

기원전 37년 건국, 668년 멸망 705살 고구려 큰할아버지.

기원전 18년 건국, 660년 멸망 678살 백제 작은할아버지.

기원전 57년 건국, 935년 멸망 992살 신라 장수할아버지.

918년 건국, 1392년 멸망 고려. 474살 고려 아저씨.

1392년 건국, 1910년 멸망 조선. 518살 조선 아저씨.

전세계적으로 3개에 불과했던 500살 먹은 왕조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수명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이길래, 한 국가가 건국되면 500년 이상을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필자가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500년 먹은 왕조들이 한국에 집합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이 물음의 답은 간단했다. 다른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아시아 끝자락에 위치한 반도에 자리 잡아있다. 그 반도와 국경을 맞닿은 국가는 중국에 불과했고, 가끔 저 멀리서 우리보다는 미개했던 섬나라 사람들이 침입을 해오곤 했지만 그것은 전쟁이 아닌 '약탈'수준에 그쳤었다. 즉, 우리와 국경을 맞닿은 중국과 친하게 지내기만 한다면 그리 큰 위협이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조공외교'라고 우리가 먼저 머리를 숙이는 외교를 취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다. 또 중국 역시 왕조의 교체가 빈번했기 때문에 굳이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한국의 왕조들에 대해 나쁘게 대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와 조금 떨어진 일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미개했고, 오히려 문화를 전파해준 것은 우리였다. 일본 섬주민들과 해적들의 잦은 약탈로 시달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고려말 해적들과 임진왜란을 제외하고) 국가의 운명을 뒤바꾸는 사건을 터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우리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직접 해적들을 퇴치하기도 했고, 제발 우리에게 문화를 전파해달라고 머리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렇다. 한국의 왕조들은 아시아 끝자락이라는 지리적 위치, 반도국가라는 특수성으로 여러 국가들과 칼을 맞댈 필요도 없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통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진짜 이유는 '산전수전 다 겪은 500년이나 먹은 왕조들이 도대체 왜 멸망했을까?'였다. 국가의 존속을 결정짓는 큰 전쟁도 이겨냈고, 우리 주위에 우리를 괴롭히는 위헙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데 한국의 왕조들은 무슨 이유로 멸망했을까?

 필자는 이런 이유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by 초령목 2013. 3. 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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