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탑
초령목
돌 하나
정성들여
나를 쌓았다
쌓아올린
돌 하나하나가
내 일생이다
내 일생
쌓아올린
저 공든 탑은
한번의
발길질에
무너져버렸다
바닥에
잘게 부서진
돌들을 보며
내 마음
하나하나
갈게 찢어졌다
글
반성
초령목
양팔을 든다
내 양팔이 저 하늘의
어두운 먹구름을 쫓아낼 수 있다면
높게 더 높게 하늘에게
나는 양팔을 들겠다
무릎을 꿇는다
내 무릎이 이 땅의
성가신 잡초를 뭉갤 수 있다면
세게 더 세게 땅에게
나는 무릎을 꿇겠다
고개를 숙인다
내 목을 구부려 너의
매서운 눈빛을 피할 수 있다면
꾸벅 꾸우벅 밑으로
나는 고개를 숙이겠다
양눈을 감는다
내 양눈이 나의
초라한 그림자를 가릴 수 있다면
찡긋 찌잉긋 어둠을 향하여
나는 눈을 감겠다
입을 닫는다
귀를 연다
내 입이 무거운 목소리를 씹지 않도록
내 귀가 살벌한 목소리를 담도록
꾸욱 내 입을 닫는다
활짝 내 귀를 연다
양팔을 들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양눈을 감고
입을 닫고
양귀를 열면
내 모든 죄가 사라질 수 있을까?
너는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글
변덕
초령목
유치원 땐
책을 들려주는 엄마의 소리
책 더 봐라
초등학교땐
책 많이 읽으면 엄마의 칭찬
책만 봐라
중학교땐
책 읽으라는 엄마의 잔소리
책 좀 봐라
그런데
고등학교 땐
책읽으면 엄마의 시선
책은 그만 보고
공부나 해라
글
꽃
초령목
나비가 많은 꽃은
나비 보고파 다가가련다
벌들이 많은 꽃은
벌 무서버 달아나련다
오는이 없는 꽃은
그 웃음 가여버 꺾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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