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견자(虎父犬子)라더군요. 호랑이 아비에 개 같은 자식. 하하...... 
그럼 나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그 자리에서 제안을단호히 거절하고 잡혀 죽었야했나요? 영웅 아버지 처럼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사실 아버지는 재판도 받고 가시는날까지 시끌벅적 하기라도했지만, 나는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개죽음 아니었을까요? 
내 형은 7살 나이에 자기가 왜 당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독을 먹고 죽어버렸죠. 나도 그렇게 죽으란 말입니까? 
아무도 기억 못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죽음을? 왜? 내가 안중근의 아들이어서? 

왜 나는 안준생으로 살 수 없었죠? 
왜 나는 내 삶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이런 운명에 던져져야 했죠? 
아버지는... 아버지는 자신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죽은 거잖아요. 
그런데 왜 나는 내 선택이 아닌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이런 삶을 살아야 합니까? 
왜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통째로 망가져야 합니까? 

나라를 팔고 아비를 판 더러운 자식... 
친일파... 
번졀자... 

뭐라 욕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괴로워할 때 아무도 내게 손 내밀지 않았잖아요. 나를 욕할 자격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요. 
그렇게 버려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권리로... 

내 아들은 의사입니다. 미국에서 제법 성공했고, 주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죠. 
내가 사람들의 경멸을 받으며 모은 돈으로 가족을 부양한 덕분에, 내 자식들은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겁니다. 

우습지 않나요? 
영웅의 아들은 개 같은 삶을 살고, 
그 변절자의 자식은 다시 성공하고. 

아버지는 나라의 영웅이었지만 가족에겐 재앙이었죠. 
나는 나라의 재앙이지만 내 가족에겐 영웅입니다. 

                        -소설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中-



by 초령목 2013. 3. 16.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