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생길 적에 / 미륵(彌勒)님이 탄생(誕生)한즉, / 하늘과 땅이 서로 붙어, / 떨어지지 아니하소아, / 하늘은 북개 꼭지처럼 도드라지고 / 땅은 사(四)귀에 구리기둥을 세우고. / 그때는 해도 둘이요, 달도 둘이요. / 달 하나 떼어서 북두칠성(北斗七星) 남두칠성(南斗七星) 마련하고, / 해 하나 떼어서 큰 별을 마련하고, / 잔 별은 백성(百姓)의 직성(直星) 별을 마련하고, / 큰 별은 임금과 대신(大臣) 별로 마련하고.

미륵님이 옷이 없어 짓겠는데, 감(옷감)이 없어, / 이 산 저 산 넘어가는, 버들어(뻗어) 가는 / 칡을 파내어, 베어내어, 삼아내어, 익혀내어, / 하늘 아래 베틀 놓고 / 구름 속에 잉아 걸고, / 들고 꽝꽝, 놓고 꽝꽝 짜내어서, / 칡 장삼(長衫)을 마련하니, / 전필(全匹)이 지개요, 반필(半匹)이 소맬러라. / 다섯 자(尺)가 섶일러라, 세 자가 깃일너라. / 머리 고깔 지을 때는 / 자 세 치를 떼쳐내어 지은즉은, / 눈 무지(아래)도 아니 내려라, / 두자 세치를 떼쳐내어, 머리 고깔 지어내니, / 귀 무지도 아니 내려와 / 석자 세치 떼쳐내어, 머리 고깔 지어내니, / 턱 무지에를 내려왔다.

미륵님이 탄생하여, / 미륵님 세월에는, 생화식(生火食)을 잡수시와, / 불 아니 넣고, 생 낱알을 잡수시와, / 미륵님은 섬 두리로 잡수시와, / 말(斗) 두리로 잡숫고, 이래서는 못할러라. / 내 이리 탄생하야, 물의 근본 불의 근본, / 내 밖에는 없다, 내어야 쓰겠다. / 풀메뚜기 잡아내어, / 스승(刑)틀에 올려놓고, / 석문(무릎) 삼치 때려내어, / 여봐라, 풀메뚝아,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 풀메뚜기 말하기를, / 밤이면 이슬 받아먹고, / 낮이면 햇발 받아먹고, / 사는 짐승이 어찌 알라, / 나보다 한 번 더 먼저 본 / 풀개구리를 불러 물으시오. / 풀개구리를 잡아다가, / 석문 삼치 때리시며, /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 풀개구리 말하기를 / 밤이면 이슬 받아먹고 / 낮이면 햇발 받아먹고 / 사는 짐승이 엇지 알라, / 내보다 두 번 세 번 더 먼지 본 / 새앙쥐를 잡아다 물어보시오. / 새앙쥐를 잡아다가, / 석문 삼치 때려내어, 물의 근본 불의 근본을 네 아느냐. / 쥐 말이, 나를 무슨 공(功)을 세워 주겠습니까. / 미륵님 말이, 너를 천하의 뒤주를 차지하라, / 한즉, 쥐 말이, 금덩산 들어가서, / 한쪽은 차돌이오, 한쪽은 시우쇠(鋼鐵)요, / 톡톡 치니 불이 났소. / 소하산 들어가니, / 삼취(泉) 솔솔 나와 물의 근본. / 미륵님, 수화(水火) 근본을 알었으니, 인간(人間)말 하여 보자.

  2.

옛날 옛 시절(時節)에, / 미륵님이 한쪽 손에 은(銀)쟁반 들고, / 한쪽 손에 금(金)쟁반 들고, / 하늘에 축사(祝詞)하니, / 하늘에서 벌기(벌레) 떨어져, / 금(金)쟁반에도 다섯이오 / 은(銀)쟁반에도 다섯이라. / 그 벌기 자라 와서 / 금(金)벌기는 사나이 되고, / 은(銀)벌기는 계집으로 마련하고, / 은(銀)벌기 금(金)벌기 자라 와서, / 부부(夫婦)로 마련하야, / 세상(世上)사람이 낳았어라.

미륵님 세월에는, / 섬두리 말두리 잡숫고, / 인간세월이 태평하고. / 그랬는데, 석가님이 나와서서, / 이 세월을 앗아 뺏자고 마련하와, / 미륵님의 말씀이, / 아직은 내 세월이지, 네 세월은 못 된다. / 석가님의 말씀이, / 미륵님 세월은 다 갔다, / 인제는 내 세월을 만들겠다. / 미륵님의 말씀이, / 너 내 세월 앗겠거든, / 너와 나와 내기 시행하자.

더럽고 축축한 이 석가야, / 그러거든, 동해(東海)중에 금병(金甁)에 금줄 달고, / 석가님은 은병(銀甁)에 은줄 달고, / 미륵님의 말씀이, / 내 병의 줄이 끊어지면 네 세월이 되고, / 네 병의 줄이 끊어지면 네 세월 아직 아니라. / 동해중에서 석가 줄이 끊어졌다. / 석가님이 내밀어서, / 또 내기 시행 한 번 더 하자. / 성천강(成川江) 여름에 강을 붙이겠느냐. / 미륵님은 동지(冬至)채를 올리고, / 석가님은 입춘(立春)채를 올리소아, / 미륵님은 강이 맞붙고, / 석가님이 졌소아.

석가님이 또 한 번 더하자, / 너와 나와 한 방에서 누워서, / 모란 꽃이 모락모락 피어서, / 내 무릎에 올라오면 내 세월이오, / 네 무릎에 올라오면 네 세월이라. / 석가는 도적(盜賊) 심사를 먹고 반잠 자고, / 미륵님은 참잠(眞眠)을 잤다. / 미륵님 무릎 위에, / 모란 꽃이 피어올랐소아, / 석가가 중동 사리로 꺾어다가, / 제 무릎에 꽂았다. / 일어나서, 축축하고 더러운 이 석가야, / 내 무릎에 꽃이 피었음을, / 네 무릎에 꺾어 꽂았으니, / 꽃이 피어 열흘이 못 가고, / 심어 십년이 못 가리라.

미륵님이 석가의 너무 성화를 받기 싫어, / 석가에게 세월을 주기로 마련하고, / 축축하고 더러운 석가야, / 네 세월이 될라치면, / 쩌귀(門)마다 솟대 서고, / 네 세월이 될라치면, / 가문마다 기생 나고, / 가문마다 과부 나고, / 가문마다 무당 나고, / 가문마다 역적 나고, / 가문마다 백정 나고, / 네 세월이 될라치면, / 합들이 치들이 나고, / 네 세월이 될라치면, / 삼천(三千) 중에 일천 거사(居士) 나느니라. / 세월이 그런즉 말세(末世)가 된다.

그러던 삼일(三日) 만에, / 삼천 중에 일천 거사 나와서, / 미륵님이 그 적에 도망하여, / 석가님이 중이랑 데리고 찾아 떠나서, / 산중에 들어가니 노루 사슴이 있소아, / 그 노루를 잡아내어, / 그 고기를 삼십(三十) 꼬치를 끼워서, / 차산중(此山中) 노목(老木)을 꺾어내어, / 그 고기를 구워 먹어라, / 삼천 중(僧) 중에 둘이 일어나며, / 고기를 땅에 떨쳐뜨리고, / 나는 성인(聖人) 되겠다고, / 그 고기를 먹지 아니하니, / 그 중들이 죽어 산마다 바위 되고, / 산마다 솔나무 되고, / 지금 인간들이 삼사월이 당진(當進)하면, 상향미(上饗米) 녹음(綠陰)에, 꽃전놀이 화전(花煎)놀이.



[창세가] <현대어 풀이>


1 하늘과 땅이 생길 때에  미륵님이 탄생하니,  하늘과 땅이 서로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여


 하늘은 가마솥의 뚜껑처럼 돋우고,  땅은 네 귀퉁이에 구리 기둥을 세웠네.


2 그때는 해도 둘이요, 달도 둘이었으니  달 하나 떼어서 북두칠성, 남두칠성 만들고  해 하나 떼어서 큰 별들을 만든 후,  잔별들은 백성의 직성으로 삼고  큰 별들은 임금별과 대신별로 삼았네.


3 미륵님이 옷이 없어, 옷을 만드는데 옷감이 없어,  이 산 저 산 너머로 뻗어가는

 칡을 파서, 껍질을 벗겨내고 서로 꼬아 잇고 익혀,  하늘 아래에 베틀 놓고  구름 속에 잉아대 걸고  들고 짤깍, 놓고 짤깍 짜서  칡장삼을 만드니  전필이 길이요, 반필이 소매더라.


 다섯 자는 섶이요, 세 자는 깃이더라.  머리 고깔을 짓는데,  한 자 세 치를 잘라 지으니


 눈 근처에도 안 내려오고,  두 자 세 치를 잘라 지으니  귀 근처에도 안 내려와,  석 자 세 치를 잘라 지으니  턱 근처에 내려왔네.


4 미륵님 탄생했던  미륵님 시절에는 생식을 하니  불 안 때고 생낟알을 먹었네.  미륵님은 섬들이로 먹고  말들이로 먹다가 말씀하기를,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나 이렇게 탄생하였으니, 물의 근본, 불의 근본,  나 밖에 없으니, 내어야 하겠다."  메뚜기를 잡아서  형틀에 올려 놓고  무릎을 때리며 묻기를,  "여봐라, 메뚜기야,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메뚜기가 대답하기를,  "밤이면 이슬 받아 먹고  낮이면 햇빛 받아 먹고  사는 짐승이 어찌 아나.  나보다 한 번 더 먼저 본  개구리를 불러 물어 보시오."  개구리를 잡아다가  무릎을 때리며 묻기를,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개구리가 대답하기를,  "밤이면 이슬 받아 먹고  낮이면 햇빛 받아 먹고  사는 짐승이 어찌 아나.  나보다 두 번 세 번 더 먼저 본

 생쥐를 잡아다 물어 보시오."  생쥐를 잡아다가  무릎을 때리며 묻기를,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생쥐가 말하기를, "내게 무슨 상을 주시겠습니까?"  미륵님이 말씀하기를, "너는 온 세상의 뒤주를 차지하라."  그제서야 생쥐가 대답하기를, "금정산 들어가서  한 손에 차돌 들고, 다른 손에 시우쇠 들고  탁탁 치니 불이 났습니다.  소하산 들어가니  샘물이 솔솔 나와 물의 근본 됐습니다."  미륵님이 말씀하기를, "물과 불의 근본 알았으니  사람에 대해 말해보자."

5 옛날 옛날에  미륵님이 한 손에 은쟁반 들고  다른 손에 금쟁반 들고  하늘에 축사하니,

 하늘에서 벌레가 떨어져  금쟁반에 다섯이요,  은쟁반에도 다섯이라.  금벌레는 사내 되고

 은벌레는 계집 되었는데,  은벌레, 금벌레 장성하여  부부되니  세상 사람들이 태어났네.

6 미륵님 세월에는  섬들이, 말들이 먹고  사람 세월이 태평했는데,  석가님이 내려와서

 미륵님 세월을 빼앗으려 하였네.  미륵님 말씀이,  "아직은 내 세월이지, 네 세월은 아니다."  석가님이 응수하기를,  "미륵님 세월은 다 갔다.  이제는 내 세월을 만들겠다."  미륵님 말씀이,  "네가 내 세월을 빼앗으려거든  너와 내가 내기 시합하자.  더럽고 축축한 이 석가야,  내가 동해 가운데에서 금병에 금줄을 달아보일테니  너는 은병에 은줄을 달아보아라."  미륵님이 선언하기를,  "내 병의 줄이 끊어지면 네 세월이 되고  네 병의 줄이 끊어지면 네 세월 아직 아니다."  동해 가운데에서 석가 줄이 끊어졌네.  석가님이 항복하면서 말하기를,  "내기 시합 한 번 더 하자.  성천강을 여름에 얼어붙게 할 수 있겠느냐?"  미륵님은 동지 제사를 올렸으나  석가님은 입춘 제사를 올렸으니  미륵님이 강을 얼어붙게 하여

석가님이 졌네.  석가님이 말하기를, "또 한 번 더 하자.  너와 내가 한 방에 누워  모란 꽃을 모락모락 피워  내 무릎에 올라오면 내 세월이요,  네 무릎에 올라가면 네 세월이다."

 석가는 도둑 심보를 먹고 거짓잠 자고  미륵님은 참잠을 잤네.  미륵님 무릎 위에  모란꽃이 피어 올라왔네.  석가가 중둥이를 꺾어다가  제 무릎에 꽂았네.  미륵님은 잠에서 깨어나 저주하기를, "축축하고 더러운 이 석가야,  내 무릎에 핀 꽃을  네 무릎에 꺾어다 꽂았으니  꽃이 피어도 열흘이 못 가고  심어도 십년이 못 가리라."  미륵님이 석가의 지나친 성화에 진저리가 나서  석가에게 세월을 넘겨주기로 작정하고 예언하기를,  "축축하고 더러운 석가야,  네 세월이 되면  문마다 솟대 서고,  네 세월이 되면  집집마다 기생 나고,  집집마다 과부 나고,  집집마다 무당 나고,  집집마다 역적 나고,  집집마다 백정 나고,  네 세월이 되면  합둘이병신, 치들이병신 나고,  네 세월이 되면  삼천 중에 일천 거사 나리라.

세월이 그러하니 말세가 되리라."

7 그후 삼일 만에 예언대로  삼천 중에 일천 거사 나왔네.  미륵님이 그때에 도망하니

 석가님이 중들을 데리고 찾아 떠났네.  한 산 속에 들어가니 노루와 사슴이 있어  노루를 잡아  고기를 삼십 꼬챙이에 꿰  노목을 꺾어  고기를 구워 먹으려는데,  삼천 중 가운데 두 중이 일어나  고기를 떨어뜨리며,  "나는 성인이 되겠다"고 하며  고기를 먹지 아니 하니,  그 두 중이 죽어 산마다 바위 되고  산마다 소나무 되었네.  이런 연유로 지금까지 사람들은 삼사월이 돌아오면  짙푸른 녹음에  화전놀이를 즐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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