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초령목

양팔을 든다

내 양팔이 저 하늘의 

어두운 먹구름을 쫓아낼 수 있다면

높게 더 높게 하늘에게

나는 양팔을 들겠다


무릎을 꿇는다

내 무릎이 이 땅의

성가신 잡초를 뭉갤 수 있다면

세게 더 세게 땅에게

나는 무릎을 꿇겠다


고개를 숙인다

내 목을 구부려 너의

매서운 눈빛을 피할 수 있다면

꾸벅 꾸우벅 밑으로

나는 고개를 숙이겠다


양눈을 감는다

내 양눈이 나의

초라한 그림자를 가릴 수 있다면

찡긋 찌잉긋 어둠을 향하여

나는 눈을 감겠다


입을 닫는다

귀를 연다

내 입이 무거운 목소리를 씹지 않도록

내 귀가 살벌한 목소리를 담도록

꾸욱 내 입을 닫는다

활짝 내 귀를 연다


양팔을 들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양눈을 감고

입을 닫고

양귀를 열면

내 모든 죄가 사라질 수 있을까?

너는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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