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토요일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야했다. 이미 금요일에 다음날 아침 일찍 올라간다는 핑계로 야자를 빼놨기때문에 별문제 없이 아침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집안의 큰 행사라고 스마트폰이 없는 나를 위해 아빠가 아이패드를 주며 가는중에 공부좀 하라고 하셨다. 기차라고는 새마을, 무궁화밖에 타본적이 없던 나에게 KTX는 새롭게 느껴졌지만 막상 타보니 그게 그거였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시간은 있을줄 알았는데 KTX가 대구에서 2시간도 안되서 서울까지 와버렸다. 서울역앞에서 대구 촌놈이 서있으니 참으로 할일이 없었다. 그나마 성균관대학교에 재학중인 서울물 먹은 우리 형이 KBS까지 안내를 해주어서 비교적 쉽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KBS까지 2시까지 모이기로 약속되어 있었고 나는 그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모임장소는 KBS신관 5층 국제회의실 아는 사람은 정말 한명도 없어서 감히 말걸기가 힘들었고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온 친구가 있었지만 이성이라 그리 친하지는 않았다. 진행자가 말을 안하고 딴짓을 할때면 참으로도 어색하고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었다. 때마침 TV에서만 보던 도전 골든벨 MC들이 우리를 환영하러 오셨다. 박태원과 가애란이였다. 지금까지 골든벨 여MC는 차다혜로 알고있었는데 임신으로 결국은 휴가를 지냈나보다. 가애란 아나운서는 지난주부터 골든벨에 합류했다고 했으니 꽤나 고급정보였다. 그저 친해지자는 의미로 여러 활동을 해서 딱히 할말은 없었다. 다만 박태원아나운서.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었다.

 6시까지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서울하이유스호스텔이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내 룸메이트는 2명이었는데 강원도 춘천에서 온 친구와 전라도 군산에서 온 친구가 있었고 동갑이었다. 나는 말이 없는 타입이라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중간중간에 나도 말을 몇마디 던지는 식으로 대화를 했는데 뭔가 나와는 다른세계에 사는 친구들 같았다. 일단 나는 대구에서 왔기때문에 대도시였고 나머지 그 둘은 그래도 대구보다는 작은 소도시였기때문에 농촌,소도시의 비애들을 들으니 도저히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말을 재밌게 하니 신기해하며 듣고있었다. 지역비하발언들에 대한 실체도 파악할 수 있었고, 또 걔네들은 부럽게도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것같았다.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등도 여행다니며 서로 느낀점을 말하고 있는데 나는 바다건너라고는 제주도밖에 안가본 사람이라 신기해하며 듣기만 했다. 그렇게 한 2시간정도 대화하다 내일있을 골든벨을 위해 공부도 하고 미리 자놨다.

 다음날 드디어 골든벨이다. 골든벨 장소는 사실 철원이라던가 좀 의미있는 장소로 기획해놨다던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어쩔수없이 KBS에서 하기로 했다고 한다. KBS별관인데 응원하는 가족들은 미리와있었고 그 중에서 낯익은 우리가족도 보였다. 오전 9시 드디어 KBS 도전 골든벨의 녹화가 시작되었다. 박태원 아나운서와 가애란 아나운서 모두 어제본 그대로였다. 다만 박태원아나운서. 분명 경험도 많으신 분인데 오프닝에서 4번의 NG를 내셨다. 오프닝에서는 100명의 학생들이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그덕에 100명의 목이 다 나가버렸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공인을 본것만으로도 난 영광인데

 분명 역사 통일골든벨이라길래 나는 역사와 통일에 대한 문제가 나올것으로 기대하고 여태까지 그것위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전혀 내가 생각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번문제 인천상륙작전을 풀고 난 후로는 그저 상식이 필요한 문제들 뿐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5번문제...



이 사진을 주고서는 그리기 OOO 통일해라. 지겹다의 사전적 정의를 말해주며 빈칸에 들어가는 말을 적으란다. 나는 이미 이짤을 봤고 유명한 짤이기 때문에 자신있게 "귀찮다"를 적었는데 대량탈락. 정말 90명중에 70명이 탈락해버렸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문제는 앞서말했지만 정말 상식이 필요한 문제였다. 참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을쏘냐...

그렇게 17번문제까지 가니 어느새 9명의 생존자가 남았고 거기서 패자부활전을 했다. 스포일러라 패자부활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대단한 능력자 한분이 우리 100명 모두를 구원해 주셨다. 

 그런데 나의 가장 큰 약점이 상식이 그리 풍부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릴때 책은 좀 읽었다고 자부했지만 그 책 대부분이 역사책이라 넓은 범위의 상식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18번문제 사투리에서 대량탈락을 겨우 버틴 후 누구나 다 풀수 있는 19번문제에서 나는 답을 쓰지 못했다. 탈락해서 나가보니 나와 재밌게 탈락자 인터뷰한 건장한 학생뿐이었다. 이것 참 차라리 대량탈락문제에서 떨어졌으면 덜 부끄러웠을텐데...

 그렇게 탈락한 후 심심해서 계속 골든벨 문제를 풀어보았다. 풀던 중에 가수 윤하가 나와서 486을 부르고 갔는데 하필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서 찍을수가 없었다. 정말 팬이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골든벨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풀수록 안타까웠다. 35번까지 몇몇문제 빼고는 정말 풀만한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그 후로는 더이상 풀수없었다. 내가 못푸는 문제도 가볍게 풀어버리는 최후의 4인을 보면서 나는 조금이나마 꺠달았다. 역사 좀 안다고 자부하고 있어서 최근에 관심이 덜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내가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승자는 제주도에서 온 학생이었고 상당히 박력넘치는 친구였다.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나 자신을 깨달았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고 못하던 근현대사에 대해서 공부할 기회를 주었던 도전 골든벨. 내가 과연 졸업할때까지 골든벨에 나갈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던 내가 골든벨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상식의 폭을 넓혀 다시 도전하고 싶다. 도전 골든벨 파이팅














by 초령목 2012. 9. 25.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