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오원춘, 그리고 개그에서 자주 사용되는 연변어.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조선족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족의 연변어를 개그의 주소재로 사용하며 가난하고 희화화된 것에 웃으며 그들을 비웃고 있으며 보이스피싱과 오원춘을 통해 조선족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떠올리면서도 그들을 까내리고 있을 것이다.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는 중국인, 한국에서는 한국인. 상황에 따라 자신의 국적을 바꾸는 박쥐같은 그 조선족의 이중성. 그것이 한국인이 조선족을 싫어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선족은 ‘중국인’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즉 조선족을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우리가 조선족을 굳이 다른 민족으로 인식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조선족은 우리에게 부끄러운 먼 친척 취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대신 중국을 택하는 조선족에게 실망하기도 섭섭해 하기도 한다. 조선족 입장에서는 한국의 밀고 당기기, 속된말로 밀당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조선족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욕먹을 이유는 없다.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해내고, 한반도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간섭을 피해 올라가 그곳에서 정착을 하기도 한 곳이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조선족사람들은 국가의 은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라의 국민이 다른 나라로 가서 부끄러운 짓을 할 때면 그것이 곧 국가의 이미지가 되어버린다. 또 원래 인간이란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한 것만을 기억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족의 일부가 한국에 와서 저지른 어떠한 사건들이 조선족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우리가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된 이유다. 일제강점기는 이미 먼 옛날의 일이고 현재는 다른 세상이며 이 세상에서 조선족들이 우리에게 해를 주기 때문에 그들에게 감사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간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을 하곤 한다. 한반도의 1.5배 크기의 땅과 그곳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자원은 생각만으로도 우리를 웃음짓게 한다. 하지만 조선족을 차별하고 무시하면서도 간도를 우리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도 뻔뻔한 짓이 아닐까?

 지금 현재 간도의 주인은 중국,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 중국에서도 가장 큰 소수민족으로 자치구를 형성하고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이다. 수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고된 차별을 이겨내며 돈을 벌고 중국의 가족들에게 보낸다. 그 차별 속에서 이를 갈며 번 돈으로 중국에 있던 조선족 아이들은 중국의 학교에 다녀 완벽한 중국인으로 성장하여 사회에 나온다. 또 중국의 정책으로 이미 조선족 자치구 내의 조선족의 수도 줄고 있으며, 세대가 거듭될수록 한국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진 조선족들도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조선족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약화되고, 악화되어 가고있는데 지금 당장 조선족과 한국사이의 거리감도 해결하지 못한 채 우리들은 태연히 “간도는 우리땅”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간도를 주장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조선족과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전 한 조선족이 한국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우승을 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그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누가될 것인가가 전 국민적 관심사였고, 시스템상 우승자를 뽑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호응과 지지가 있어야 했는데 바로 그 조선족이 우승을 한 것이다. 이에 한국 언론은 물론 중국 내 조선족 사회도 열광하며 기뻐했다. 한 조선족 청년의 우승이 조선족과 한국사이의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해결해버린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조선족과 문화적인 교류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 현재 한국사회에서의 조선족의 모습은 부정적이다. 그것은 조선족의 참모습을 모르는 우리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온 착각일수도 있다. 그런 착각을 해결하기 위해, 또 조선족 사회 내에서도 사라져가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어넣어 주기위해서 조선족과의 교류가 시급하다고 본다. 우리가 진정 간도를 찾기를 원한다면 간도에 사는 조선족들을 우리의 편으로 아니 우리의 민족으로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조선족과의 화합은 북한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족 사람들도 남북의 통일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국경선은 맞대고 있는 남한과 조선족의 화합은 북한에게도 평화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조선족과 북한, 그리고 남한은 한 핏줄임에는 분명하다. 한반도의 핏줄이 백두대간을 넘어 민족의 시작인 만주지방까지 닿는 것. 남한과 북한, 그리고 조선족의 화합은 한반도와 간도의 결합을 넘어 한민족의 오랜 바람일지도 모른다.




by 초령목 2012. 9. 9.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