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한민족, 그들을 통해 보는 한민족의 미래

비록 최근에 관계가 악화되는 듯하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에 놓인 북한과 조선족, 그리고 해외에 있는 수많은 동포들. 재일동포도 있을 수 있고 재미동포일수도 있다. 비록 떨어져있지만 그들도 우리도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사실은 잊지 않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끈끈한 연정을 느끼며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수많은 우리의 민족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게 누구일까? 우리가 모르는 만큼 그 수가 적을지도 모를수도 있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 수는 무려 50만명. 대한민국 인구의 1/100에 해당하는 수로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의해서가 아닌 소련에 의해서 강제이주 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름은 고려인, 즉 까레이스키다.

우리는 그들을 잊고있었지만 그들은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일제강점기 일본과 지주에 시달린 어두운 과거. 연해주로 달아나 러시아의 배려로 비교적 평화로운 삶은 살던 밝은 과거.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당한 어두운 과거. 그리고 이주 당하면서 겪는 두려움, 질병, 공포. 그리고 도착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인 중앙아시아. 하지만 그것을 견뎌 이겨내 오히려 소련 내 가장 잘사는 소수민족으로의 성장한 밝은 과거. 하지만 소련의 붕괴로 독립국가들 사이에서 붉어진 민족주의로 쫓겨나는 어두운 과거. 그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들은 울고 웃고를 반복하다 결국 마지막에 울어버렸다.

아마 만주이주 1세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쯤은 모두 TV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한 1세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그래도 생애 한번쯤은 고향에 돌아와 고향의 흙냄새를 맡으며 심신을 위로할 수 있지만 까레이스키들은 다르다. 그들은 이미 추방당한 민족으로서 고향에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먼 길을 거슬러왔다. 다시 연해주로 돌아가는 까레이스키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까레이스키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그럴수도 없다.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이제 강제이주 2세대들은 더 이상 한국에 대하여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선족과 달리 고려인 청장년층은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생존을 위해 익힌 러시아어의 구사능력은 뛰어나지만 한국말 구사능력은 극히 약하다. 아직 1세대 부모의 영향으로 우리 전통은 비교적 유지시키고 있지만 ‘말’을 상실한 고려인들의 민족정체성은 시간이 갈수록 희박해 질수밖에 없으며 역사적 환경 탓에 러시아 중심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한 젊은 고려인은 이런말을 했다. “생긴건 한국인인데 국적은 우즈베크, 모국은 러시아다.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젊은 고려인은 거의 없다.”

까레이스키들과 우리나라 동포들. 어쩌면 동포들 역시 까레이스키처럼 더 이상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최근 조선족들이 한족화가 진행되어 조선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으며, 출생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예전에 조선족에게 강의를 들어본적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한국에 대한 묘한 감정은 느끼고는 있지만 한국에서 돈을번 후 이왕이면 물가가 싼 중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을했다. 딱히 한국에서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선족의 미래에 까레이스키가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어쩌면 이미 그 전조가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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